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길
대한민국에서 배우자감 2위로 선정된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의사? 변호사? 아니요. 바로 이 땅을 지키는 군인입니다. 그렇다면 1위는? 당연히 민간인이겠지요. 면제 받길 아무리 염원해도 부모가 큰소리치는 사람이 아니면 현역으로 갈 수밖에 없는 2년간의 암울한 군대, 그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줄 압니다. 아빠가 어영수 총장이 아니라면, 엄마가 박근혜가 아니라면 갈 수밖에 없는 이 우울했던 현실을 서로 위안하며 추억해 보고자 합니다.
깔판, 배식조...힘들었던 훈련병 시절의 기억
가족, 연인들끼리 야영지로 소풍을 나가면 돗자리를 가져가죠, 그럼 신병교육대에 갓 들어온 훈련병들은 무엇을 가져갈까요? 바로 ‘깔판’입니다. 나름 두꺼운 나무 조각들을 엉성하게 못질하여, 의자형태로 만들어 사용한답니다. 그리고는 탄띠를 통해 등짝에 매답니다. 물론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5분만 앉으면 엉덩이에 쥐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부서지는 것은 다반사요, 나무 넓이가 작아서 덩치 큰 병사들에게는 짐만 될 뿐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보급이라고 나오는 것이 그것뿐이고, 간부들 눈치 때문에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훈련병들을 괴롭히는게 ‘깔판’뿐이면 다행입니다. 훈련병들이 가장 싫어하는 기억 중 하나는 ‘배식조’입니다. 그들은 정식 병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간병(신병교육대에서 2년간 근무하는 병사들)들은 밥만 준비해 줄뿐 배식, 설거지는 해주지 않습니다. 그럼 누가 할까요? 누구이겠습니까. 만만한 훈련병들이죠. 그들은 자신의 것만 아니라 같이 교육받는 다른 소대 훈련병들것 까지 배식, 설거지 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쉴 때 가서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훈련은 훈련대로 받고, 쉴 시간에는 쉬지도 못하고, 배식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적응 못하고 힘들어 하는 그들에게 휴식은 유일한 안식처이지만 ‘배식조’에 걸리면 그것도 포기해야 합니다.
자대에서의 즐거운(?) 추억, 유격 훈련을 중심으로...
PㆍX, FTX, 혹한기 훈련, 유격 훈련 등 자대에서의 이야기는 한 두 개 가 아닙니다. 여기서는 4박5일간의 ‘유격 훈련’에 포커스를 맞추어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부대원 전부는 유격장으로 이동합니다. 여기서도 민간인과 군인이 구별됩니다. 일반사람 같으면 차를 타고 편안하게 가겠죠. 하지만 군인들은 30kg 정도 되는 군장을 메고 9~10시간 정도에 걸쳐 걸어서 이동합니다. 물론 코스는 산과 도로를 넘나들면서 말이죠. 일반적으로 유격 훈련 첫날 아침6시쯤 출발하니까 도착하면 오후 3~4시쯤 되겠군요. 그럼 쉬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유격장에 도착한 직후 군장을 내려놓고 C S복(그냥 낡은 전투복입니다.) 으로 갈아입고 연병장에 집합합니다. 그리고는 바로 PㆍT 체조를 시작합니다. 1번부터 15번까지 이루어지는데 말이 체조이지 완전 기합수준이죠. 특히 8번 온몸 비틀기와 11번 쪼그려 뛰기 한번 하고 나면 아무리 혈기 왕성한 나이의 20대라지만 병사들은 극도의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도 유격 훈련이 좋은 것이 5일중 이틀은 17시 이후의 자유시간이 보장되는 것이고, 그 어떤 날도 22시에는 잠을 재워준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4박5일간의 훈련때에는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훈련의 연속이요, 그나마 5일중 이틀은 철야라는 명목으로 잠을 재워주지도 않습니다. 아~불쌍한 군인들...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유격 훈련이 이루어지는데 과정을 대충 말씀 드리자면, 여러 코스가 있는데 한 코스당 1시간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다고 코스를 타는데 많은 시간이 뺏기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5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럼 남은 55분은? 네! 그렇습니다. 극악무도한 PㆍT 체조를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사들은 코스를 타려고 안달을 하죠. 타는 5분이나마 피할 수 있으니까요.그렇게 7~8번 정도 반복을 하면 하루가 갑니다. 그리고 잠이 들고, 다음날도 똑같은 일과가 반복됩니다. 드디어 힘든 4일이 지나고 대망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러나 병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날이 하이라이트이니까 말이죠. 바로 유격훈련의 하이라이트 화!생!방! 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가스실 앞에서 조별로 줄을 서서 대기합니다. 그때도 시큼한 CS탄(일명 화생방 가스라고도 합니다)이 병사들을 괴롭힙니다. 자기 조가 들어갈 차례가 되면 그들은 일단 방독면을 착용합니다.(군대에서 쓰는 방독면은 오래된 것들이 많아 써도 가스가 그대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눈물짓는 병사들은 가스실 안으로 들어가고, 방독면을 착용한 채 군가를 부르고 PㆍT체조를 받습니다. 그럼 그들은 점차 숨이 차고, 호흡이 가빠집니다. 그리고 나서야 야속한 조교는 병사들 방독면을 전원 벗깁니다. 자기는 쓰고 있고 말이죠. CS탄을 들이마신 병사들의 얼굴은 침과 콧물로 범벅이 되고, 빨갛게 달아오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죽어가며 살려달라고 외칩니다. 그렇다고 조교들은 봐주지 않습니다. 쓰러져가는 병사들에게 고함치며 일으켜 세우고 정렬시키죠. 그리고 나서 다시 군가와 PT체조를 시킵니다. 악몽 같은 3~4분이 지나면 한쪽 문이 열리고 병사들은 우르르 빠져나갑니다. 그리고는 수통에 담긴 물로 CS탄을 씻어냅니다. 여기서 얼굴에 손을 데면 상처가 생기기 때문에 절대 물로만 닦아내야 합니다. 이런 악몽 같은 화생방이 끝나면 병사들은 자신들 군장을 싸고 부대로 돌아갑니다. 역시 행군으로 10시간을 걸어서 말이죠...
지금은 웃음 짓게 만드는 군대에서의 기억
당시는 정말 힘들고, 가끔은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던 2년간의 군대 기억, 예비역이 된 지금은 우리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라면 안 가겠습니다. 추억은 추억일 뿐이니까요. 기억이라는 것이 당시는 힘들고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배운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